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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검사, 범죄… 다 섞었는데 맛있다! 〈야당〉 씨네플레이 기자들의 단평

유승재
유승재기자

4월 16일 <야당>이 개봉했다. 마약 사건의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 일명 ‘야당’이 된 이강수(강하늘)와 그와 협력하며 승승장구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별명이 ‘옥황상제’인데 박강수-구관희 때문에 물먹은 형사 오상재(박해준) 세 사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그린 <야당>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마약의 위험성과 대한민국 권력층의 민낯으로 적나라하게 그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개봉 당일 관객 동원과 반응을 보면 2025년 흥행작에 새로운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난 시사회에서 관람을 끝낸 씨네플레이 기자들의 단평을 모았다. 아직 관람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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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료로 만든 깔끔한 요리, 복기한 장르의 미덕”

_이진주

‘한국 영화’라는 말에 어떤 이미지가 따라붙는가. 욕설과 폭력 그리고 신파와 눈물. 한때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름 아래 너무 많은 피로가 쌓였다. 새 작품이 나와도 기대보다 경계심이 먼저 드는 이유다.

<야당> 역시 겉으로는 낯설 게 없다. 검찰과 범죄자, 배신과 복수. 오랫동안 한국 범죄 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익숙한 키워드들이다. <부당거래>, <내부자들>, <베테랑>이 만들어놓은 전성기의 잔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 뒤를 이어 비슷한 영화를 시도했던 많은 작품들이 하나둘 실패하면서, 이 장르는 점점 믿음을 잃어갔다.

한편, <야당>은 같은 재료로 더 깔끔한 요리를 만들어 냈다. 관객은 이미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고, 영화는 그 기대에 정확히 응답한다. 무너졌던 장르의 신뢰를 억지로 회복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예전의 미덕들을 복기하고, 불필요한 과장을 걷어낸다. 장르적 정통성을 스스로 복원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신선하다.

<야당>은 ‘한국 영화’가 다시 믿을 만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복잡한 미장센이나 의미의 과잉 없이, 이야기와 인물을 중심으로 밀고 나가는 이 영화는 한동안 잊혔던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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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노골적이면서 품위 잃지 않는 한국형 범죄 누아르 끝판왕”

_주성철 편집장

“열차가 앞만 보고 달리는데, 여기 뛰어내릴 사람 있습니까?” <야당>의 정의로운 형사 오상재를 연기한 박해준은, <서울의 봄>에서 하나회의 쿠데타를 주도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뭐랄까, <야당>도 실시간으로 직진하는 열차 같다. 그런 점에서 <태양은 없다>와 <무사>에 연출부로 참여하며 자신의 멘토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과도 무척 닮았다. 그것을 절묘하게 시각화한 것은 이강수(강하늘)가 타고 다니며 서울 시내를 종횡무진하는 군용차량 허머다. 범죄자와 수사기관 사이를 오가는 ‘야당’으로서 강하늘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상승과 추락을 경험하고, 검사 역의 유해진은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임을 증명하며,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의 기억이 여전해서인지 이번에도 짠하고 연민이 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단짠 매력의 형사를 연기해낸다. 이 모든 재미가 최근의 정치 현실과 맞물려서 영화 그 이상의 상승작용을 빚는 건가 싶지만, <야당> 고유의 매혹적인 지점은 분명 있다. 영화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굉장히 과한데 선을 넘지는 않고, 굉장히 자극적이고 노골적인데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넘버3>(1997)를 시작으로 <부당거래>(2010)와 <내부자들>(2015)과 <아수라>(2016)까지 이르렀던, 그처럼 검사와 경찰과 언론, 그리고 조폭이나 정보원(야당) 등이 마구 뒤엉키는 한국형 범죄 누아르 장르의 끝판왕이 이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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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를 맛있게 배합한 맛집, 그리고 배우 연기열전이라는 체리”

_성찬얼

신선하지 않다. 통속적이다. 하지만 통속적이다는 곧 대중에게 통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임을 뜻한다. <야당>은 근래 영화 중 통속적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 좋아할 만한 것, 통하는 것, 통할 만한 것을 정확하게 배분해 조합했다. 좋은 재료를 맛있게 배합하는 것, 뻔한 표현을 빌리자면 ‘맛집‘의 조건이다.

범죄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야당’ 설정만 빼면 <야당>은 그간의 한국영화 누아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극중 강수는 누명을 쓴 거지만) 껄렁거리는 범죄자, 야욕 넘치는 검사, 누구보다 고생하는데 허탕치는 형사.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범죄영화에서 흔한 선과 악의 구도 같지만, 여기에 ‘야당’이란 존재를 끼어넣으니 힘과 힘의 대결이 변형된다. 영화가 전개되며 자연스럽게 (관객이 몰입할) 선과 (관객이 증오할) 악이 형성되긴 하지만 그전까지는 그 뚜렷하지 않은 회색지대가 각 캐릭터의 매력에 힘입어 생기를 띤다. 그 과정이 있기에 <야당>은 뻔하면서 뻔하지 않은 재미를 주는 데 성공한다.

장르적 재미, 동시대를 지목하는 주제의식, 적절하게 사용한 클리셰와 전복적 전개까지. 모난 구석이 없는 <야당>에서 특히 빛나는 건 역시 배우들이다. 눈빛에서 권력욕을 번득이는 유해진과 남몰래 죄책감을 품은 이의 얼굴을 한 박해준, 안하무인 그 자체 류경수와 관객이 동정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전작의 이미지를 싹 지우는 채원빈. 그리고 야당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매력으로 승화하는 강하늘까지. 흔히 ‘배우 차력쇼’는 못난 영화의 특징이라지만, <야당>에선 잘난 영화에 마지막으로 얹은 체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 열전을 가급적 놓치지 않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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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떡의 코어를 가지고 트렌디하게 발전한 마라로제엽떡”

_김지연

비유하자면 <야당>은 ‘마라로제엽떡’이다. 이미 동대문엽기떡볶이의 시그니처이자 만인의 소울푸드, 스테디셀러인 기본 엽기떡볶이(이하 엽떡)가 너무나도 맛있는데 왜 굳이 ‘마라로제엽떡’을 먹어야만 하는지 의문일 수 있다. 그러나 마라로제엽떡이 맛있는 이유는 엽떡의 코어는 동일하게 지니되 트렌디한 재료의 맛까지 살려낸, 엽떡이라는 장르의 외연을 확장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마라로제엽떡인 세계관에서 기본 엽떡은 <베테랑> <내부자들> 등의 영화들일 텐데, <야당>은 스테디셀러의 코어를 유지하되 새로운 양념을 쳐서 ‘익숙하고도 신선한 맛’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동대문엽기떡볶이의 유사상표가 우후죽순 등장했을지언정 엽떡을 먹고 싶은 욕구는 엽떡만이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야당>은 익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의 문법을 취하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또 비틀기도 하며 기본 엽떡을 먹고 싶었던 사람도, 익숙한 맛 대신 새로운 맛을 먹고 싶었던 사람도 기가 막히게 만족시킨다.

<야당>의 새로운 양념이란, 이강수(강하늘)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라는 대사는 공교롭게도 딱 알맞은 시기에 당도했지만, <야당>은 정치 풍자 영화라고만 단편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야당>을 보기 전까지는 더 이상 범죄와 끈적하게 엮인, 부패한 권력 이야기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야당>을 막상 보니 제목과 포스터,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퀴퀴한 향 대신 경쾌함이 가득했다. <야당>이 온갖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한결같이 산뜻함을 잃지 않고 속도를 낼 수 있던 데에는 캐릭터의 매력이 큰 몫을 했다. 캐릭터들의 매력 덕에, 크레딧이 올라가고 쿠키 영상이 나오는 순간 속편이 제작되길 기대해 버렸다. 영화 얘기보다 떡볶이 얘기를 오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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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현실 속 관객에게 선사하는 통쾌함”

_추아영

영화 <야당>은 긴 겨울을 끝내고 비로소 봄을 맞은 대한민국에 ‘2025년 가장 통쾌한 범죄 액션 영화’를 표방하며 찾아왔다. <야당>의 캐치프레이즈는 교묘하게 현실을 비추고 있는 영화에 너무도 들어맞는 것이었다. <야당>의 부패한 검사 집단과 정치판의 서사는 한동안 우리를 옥죄었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구관희는 자신이 뒤를 봐주는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에게 경고를 날리며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 권력의 야욕에서 비롯된 그의 오만한 말은 픽션 속에만 머무르지 않기에 뾰족하게 다가온다. 마약 복용이 탄로 나며 검찰에 출두한 조훈은 정의로운 형사 오상재에게 조용히 살라며 조소 섞인 협박을 건넨다. 이에 오상재는 “나만 조용히 산다 그래서 세상이 조용해질지는 모르겠네”라며 가볍게 응수한다. 그의 강직한 신념에서 빚어진 말은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관희의 어리석은 욕망에 맞서며, 답답한 현실을 살았던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기사 댓글 (14)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4:25

1등이다~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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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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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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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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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5

sadasdasd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4

나는 8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2

7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11

나는 6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08

나는 5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07

나는 4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07

나는 3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3:06

나도 2등~

김정치
김정치
2025년 4월 16일 오전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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